[강력범죄] 도둑이 뇌사한 사건


20세 집주인 김씨는 술을 마시고 2014년 3월 8일 새벽 3시 경 자신의 자택인 강원도 원주에 귀가합니다. 현관문을 열자 집안에 누가 서랍장을 뒤지고 있어요. 도둑입니다. 도둑과 자신의 거리는 불과 3미터도 되지 않습니다.

“당신 누구야?”라고 말하니 도둑은 도망을 가려하고 이에 집주인 김씨는 도둑에게 바로 달려가 주먹으로 도둑의 얼굴을 수 차례 구타해서 넘어뜨립니다. 도둑이 쓰러지자 집주인은 신고를 하려고 현관문을 나가려다 도둑이 기어가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에 집주인 김씨는 도둑을 완전 제압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됩니다. 도둑이 팔로 감싸고 있던 뒤통수를 발로 여러차레 차고, 뒤이어 거실에 세워놨던 빨래 건조대를 집어들고 여러차례 때린 뒤, 도둑이 의식이 없자 허리에 차고 있던 허리띠를 풀어 버클로 도둑을 수 회 때립니다. 이렇게 폭행은 20분간 이루어집니다. 이 소란에 깊이 잠들었던 가족들은 하나둘 깨어나 이 광경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하게 됩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어요. 도둑의 얼굴은 폭행으로 인해 불어있었고 바닥엔 피가 흥건히 고여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곧바로 응급실로 후송되었고 당시 55세였던 도둑은 뇌사상태로 결국 사망하게 됩니다.





정당방위인가 과잉방위인가



한국은 정당방위 성립이 다소 어려운 축에 속하는 나라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다른 나라였어도 정당방위로 인정받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우리와 형사법 체계가 유사한 일본과 독일은 물론이고, 정당방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미국에서도 그러한 행위는 Execution이라고 칭하는데, 제압 상태에서의 살인이나 폭행은 과잉방위의 개념이 아니라 Felony(중범죄)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미 제압한 사람 혹은 범행 의지를 상실하고 달아나는 사람을 쏘는 것은 범죄행위에 해당하며, 배심원들 또한 이에 대해서는 좋게 보지 않습니다. 일단 팩트는 상대가 강도가 아니라 절도범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강도야 기본적으로 흉기로 위협하므로 정당방위가 성립되나 사망한 도둑은 흉기를 소지하지 않은 순수 절도범이었고, 범행을 들키자 공격하려는 게 아닌 도망가려고 했기에 이 경우는 정당방위가 넓게 인정되는 서양에서도 상당히 제한적인 공격만 허용됩니다. 상대를 제압할 수준 정도의 폭행만 용인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상대가 흉기를 소지하고 있는지 아닌지 불명확한 경우에는 어쩌냐는 주장도 있는데, 이건 확실히 좀 애매한 문제이긴 합니다. 있는지 없는지 몰랐지만 있을까봐 두렵지 않았을까요?

당시 도둑은 이미 나이 60이 다 되는 노년이었는데, 집주인인 건장한 20대 초반의 청년이 범행현장을 보고 붙잡아 쓰러트려 제압했습니다. 여기까지라면 정당방위라고 할 수 있으나 그 뒤 최소 4분에서 최대 20분간 무차별로 구타해서 뇌사상태로 만들었다. 또 도둑은 왜소한 체격이었고 집주인은 체격이 좋았다고 합니다. 최소 4분이라고 가정하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복싱은 한 라운드가 3분이며, 종합격투기는 5분이란 사실을 떠올려 보세요. 라운드 시작하자마자 KO당한 상대를 라운드 끝날 때까지 마구 두들겨팬다고 상상해보면 엄청 긴 시간이란 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50대의 왜소한 체구의 남성을 건장한 체격의 20대 남성이 한방에 쓰러트린 뒤 저 시간동안 계속 두들겨 팼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정당방위를 아득히 넘어섰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사건의 폭행자에 대해 참작이 전혀 안 이루어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법원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당시 도둑은 흉기 등을 전혀 소지하지 않았고 집주인을 만나자 그냥 도망가려고만 했던 사실. 집주인이 절도범인 도둑을 제압하기 위하여 폭행하였다 하더라도, 아무런 저항없이 도망만 가려고 했던 도둑의 머리 부위를 장시간 심하게 때려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행위는 절도범에 대한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집주인은 결국 최종 3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습니다. 이 사실만 보고 절도를 당한 피해자가 감옥간다며 흥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집행유예 3년이기 때문에 감옥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 집행유예는 유죄의 형을 선고하면서 이를 즉시 집행하지 않고 일정기간 그 형의 집행을 미루어 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즉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라 함은 3년의 보호감찰을 받는 동안 다른 범죄나 사건을 저지르지 않으면 앞의 징역 1년 6개월 감옥행은 없던 일이 되는 것이죠. 정당방위는 아득히 넘어섰지만 그렇다고 절도를 당한 피해자에게 그대로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고 집행유예 정도로 최대한 정상참작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였으면 어떨까?



미국의 경우 미국은 캐슬 독트린 또는 스탠드 유얼 그라운드 법을 다수의 주가 채택하고 있다. 정당방위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으나 침입자가 도망중인 경우처럼 즉시 치명적인 침을 행사할 필요가 없음에도 이를 응징하는 것에는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공격의지가 없는 도망가는 사람을 총으로 쏴서 죽이면 2급 살인죄가 적용됩니다.

영국의 경우 보통법에 따르면 필요한 정도를 초과하는 물리력을 가하여 상대방이 사망하였다면 합리적인 힘을 사용한 경우가 아니므로 자기방어의 변명을 허용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독일도 마찬가지로 폭력적 방위행위를 한 자가 자신의 명예를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정당한 이익을 지키는 방법으로 공격자를 피할 수 있었던 경우, 그 폭력적 방위행위는 특히 그로써 사람이 사망할 수 있는 경우 건전한 국민관념에 반하므로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 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이야기 하는 이유는 외국에서는 자신의 땅에 침입한 자를 총으로 쏴 죽여도 무죄인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외국이라고 무조건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님을 말하기 위해 가져와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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